청소년 자녀와 부모의 벽 ‘잔소리’

자녀들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잔소리’입니다. 특히 요즘 같은 연휴나 방학 중에는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끊임없이 잔소리가 계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청소년은 부모와의 관계가 친밀해질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잔소리를 하기 때문에 “엄마와 적당하게 불편한 관계가 좋다”고도 말합니다.

어릴 때는 부모에게 순종적인 자녀였지만, 청소년기에 부모에게 거부적인 태도를 갖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부모는 ‘갑자기 아이가 변했다. 부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느끼고 실망 또는 충격을 받게 됩니다.

부모들은 이러한 변화를 사춘기라는 특정 시점에서의 상황적 사건으로 인식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대부분 그 이전의 발달과정에서의 문제가 내적 주도성이 점차 발달하는 사춘기 때 표면화된 것입니다.

즉, 이전 발달단계에서의 부모-자녀간의 관계는 사춘기의 잠재적 갈등요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부모와 말을 하지 않으려는’사춘기 자녀들의 대부분은 부모의 잔소리에 지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가 어린 경우 부모의 잔소리는 자녀의 행동이나 생활을 통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부모들은 때로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자녀를 만들 수 있다.’라는 생각이나, 습관의 중요성이라는 명분으로 지나치게 자녀의 생활을 침범하면서 잔소리를 당연시 합니다. 부모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잔소리’를 합리화하려 들죠. 그러나 통제를 받는 자녀는 외적으로는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무기력・불안・우울・분노 등의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하게 됩니다.

자녀가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로 인해 부모에 대한 거부감을 형성하게 되고 대화를 거부하거나 싫어한다면, 부모의 양육 방식을 점검해야만 합니다.

영조(조선 21대 왕)가 자신의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이게 되는 비극의 이면에도 아버지 영조의 잔소리가 한몫했음을 역사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글=백미숙 박사]

백미숙 박사 

-채원심리상담연구소 소장 

-백미숙진로학습상담연구소 소장 

-한남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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